‹You are a space›는 미국에 거주하는 설치미술가 오종에게 내가 진행해오던 작은 출판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작가에게 16페이지를 제공하고 그것을 미디엄으로 삼아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서울과 뉴욕이라는 물리적인 거리는 협업을 위한 소통에 적지않은 제약이 되었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고작 16페이지에 불과한 아티스트북을 장장 일여년에 걸쳐서 만들게 되었다. 그 느린 과정에서 나는 그의 작업에 대해 깊이 생각했고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이 시간들은 일년 후 간결하지만 밀도있고 풍부한 페이지들로 우리에게 보답했다. 그래서 우리를 잘 아는 어느 큐레이터로부터 그와의 이인전을 제안 받았을 때 그 전시는 당연히 두 예술가의 시각적 소통에 관한 것이어야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사진들은 오종과 나눈 대화와 그의 섬세한 작업들이 내게 떠올린 또 다른 예술가들–아그네스 마틴, 애드 라인하르트, 단 반 골덴 그리고 존 버거가 내게 일깨워준 삶과 예술의 불가해함, 가시성의 경계들, 그리고 느린 시간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그래서 우리에게 주의깊음을 요구하는 의미가 지닌 아름다움에 대한 이미지들이다. 그리고 이 작업을 통해 나는 사진에 있어서 역시 의미란 사진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현실의 풍경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 보여줄 수 없거나 감추고 있는 것들, 혹은 그 침묵 가운데 존재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2018, 정희승
‹You are a space› began from a small publication proposal I made to Jong Oh, an installation artist living in the United States. The project was about providing 16 pages to the artist and have him use them as a medium for a new creation. There were serious limitations to communication for cooperation due to the physical distance between Seoul and New York, but thanks to that we were able to produce an artist book which is only 16 pages long for the whole year. During that sluggish process, I was given the time to think deeply about his work and shared so many ideas with him. One year later, all those times we spent together repaid us with 16 pages replete with layers and nuances. For this reason, when we were proposed a dual exhibition by a curator we were familiar with, the exhibition had to be about the visual communication between the two artists. These photographs are images about beauty which is revealed slowly and gradually over time and therefore warrants our close attention, the boundaries of visibility, and the incomprehensibility of life and art I learned from the conversations with Jong Oh and from other artists his delicate works reminded me of such as Agnes Martin, Ad Reinhardt, Daan Van Golden and John Berger. Through this artwork, I wanted to articulate that meaning in photography does not lie in the landscape of reality photographs show but in the things that photographs hide or cannot reveal, or perhaps within the silence itself.
2018, Heeseung 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