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과 2013년 사이에 나는 어느 낡은 단독주택을 작업실로 사용하며 여러 사물들과 실내공간을 촬영하고 있었다. 육아와 가사노동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그 집에서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으며 보내던 시기에 집—작업실은 안락한 쉼터가 아니라 물질과 정신의 상이한 에너지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곳은 완벽하게 조용한 공간이었다. 아이는 낮잠을 자고, 사물들은 모두 제자리에 놓여 있다. 마치 사진처럼. 나는 그 고요한 긴장감을 포착하고 싶었고, 벌거벗은 사물들에는 그날 그날의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어렴풋이 배여있었다.
당시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에게 관심을 갖게 된것도 그녀의 전설같은 은둔적 삶에 대해 모종의 친밀감과 경외심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단순하고 조용한 삶 속에서 비밀스럽게 1800여편의 시를 창작한 그녀의 왕성한 창조성과 급진성에 대해 깊이 알고 싶었다. 디킨슨은 산문이나 일상언어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녀에게 언어는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적합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녀의 언어에 대한 불신은 사진매체에 대한 나의 회의와 무척 닮아있다. 항상 의도들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며, 이미지들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남겨진다. 모든 은유들은 부적절하다. 그리고, 그래서, 우리에게 시가 필요하다.
“시는 말이라는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추상적이고 동시에 즉물적인 세계를 경험하는 것.”
이 작업을 하는 동안 몇몇 도시의 식물원을 다니며 식물사진을 찍었다. 디킨슨은 식물원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바람이 불지않는 식물원에서 식물들은 미동도 하지않고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땅속의 뿌리는 억척스럽게 양분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고요한 삶 이면에 통제할수 없을 정도로 왕성하게 자라나는 언어의 세계 같은 것.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다. 때때로 작업실에 돌아와 촬영을 하기위해 항상 여는 같은 방문을 열 때면, 온실의 후끈한 열기와 함께 선인장 군집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상상했다.
2018, 정희승
Between 2011 and 2013, I was taking photograph of various objects and the interior of an old shabby stand-alone house which I was using as a studio. During the period when I spent the most of my time taking photographs almost obsessively when I wasn’t babysitting, doing house chores and sleeping, the house—the studio was not a comfortable resting place but a place where two disparate energies of the material and spirit collided with each other. Yet, simultaneously, the place was completely silent. The baby was taking a nap, and all items were in place. It was as if a photograph. I wanted to capture that silent but tense moment, and items naked objects were imbued with day-to-day emotions that were difficult to explain.
Back then, I was drawn to Emily Dickinson because I felt a strong sense of intimacy and awe of some sort at her legendary life in reclusive isolation. I truly wanted to learn more about her voracious creativity and radicalness that led her to create more than 1,800 poems secretly in her simple and tranquil life. Dickinson was quite skeptical about prose and everyday language. To Emily, language was not the best tool which makes perfect communication possible. Her distrust of language is very much like the skepticism I have of the medium of photography. Intentions are not always well-explained, and images are left incomplete and unstable all the time. All metaphors are inadequate. And, therefore, we need poetry.
“Poems are about experiencing the abstract and simultaneously physical world created by objects called words. ”
I visited botanical gardens in Korea and US to take photographs of plants while doing my work. I thought the images of the plants closely resemble Dickinson. Plants seem to be standing still in a botanical garden where there is no wind but their roots are relentlessly absorbing nutrients under the ground. Likewise, a prospering world of language that cannot be controlled behind the calm and silent life.. That was the image that floated into my mind. Whenever I opened the door of the studio that I always open in order to take photographs, I often imagined feeling the strong heat of the greenhouse and seeing clusters of cactus before my eyes.
2018, Heeseung Chung